건축/Opinion

현대차그룹 신사옥에 대하여

Abrief 2015. 2. 4. 07:46


우리나라에도 고층건물 경쟁이 불붙고 있다. 아시아적 현상 중 하나이다. 미국과 유럽의 건축계는 고층건물을 설계하고 지을 수 있는 능력이 퇴보하고 있으며, 자신들 경제의 진취성이 없음을 한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.

   현대차그룹은 새로 매입한 삼성동 부지에 115층 571m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고 나섰다. 우선 다행인 것은 강남이라는 입지이다. 도시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지역 특성화가 되어야 한다. 강북에서 초고층 건물을 세우겠다고 나서지 않는 것만 하여도 다행스럽다. 즉, 강북은 보행 및 대중교통 중심의 지역으로, 그리고 강남은 고층의 자동차 중심의 지역으로 개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. 강남은 성장시대에 맞추어 개발된 지역으로, 이에 걸 맞는 고층 건물들이 허용되어야 한다.

   그러나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는 그 만큼 높은 건물 못지 않게 오픈 스페이스를 충분히 확보하여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. 우리는 뉴욕의 마천루만 이야기하고 있지, 이들 건물과 입주민 들이 살아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주는 센트럴 파크의 존재와 함께 말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. 즉, 황금과 같은 비싼 대지에 높은 건물을 지을 경우, 이들 건물이 가치를 더욱 발휘할 수 있도록,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는 실천 또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.

   가장 커다란 우려는 ‘마천루의 저주’에 관한 문제이다. 마천루의 저주는 시대를 잘 못 읽는 것으로부터 나온다. 즉, 지금이 호황이라고 느낀다는 것은, 한편 호황이 저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.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상황이 미래에도 지어질 것이라는 착각으로 잘못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한 업보라 할 수 있다. 지금 현대차그룹의 경영진들은 성장시대의 인물들이며, 이 시대를 읽은 눈 또한 양적 팽창이 더욱 지속되어야 한다는 관점으로 보고 있다. 그러나, 여수 엑스포보다 더욱 성공적인 박람회가 순천 정원박람회인 시대에 살고 있다. 이제는 짓는 것 보다 비우는 것이 더욱 빛을 발하는 시대이다. 행하되 행하지 않은 듯 하며, 여백을 통한 가능성을 열어 두는 행위가 필요한 시대이다. 현재의 초고층 건물에 대한 추진이 그룹경영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오며, 우리 사회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지켜 보는 방법 밖에는 없다.

 

우리는 성장을 통하여 오늘날 과거의 가난을 벗어나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. 그러나, 그 경제적 번영은 저출산 고령화의 미래가 어두운 사회로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. 즉, 지금과 같은 양적 팽창의 파라다임으로 미래를 개척할 때, 우리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여본다. 지금 현대차 그룹의 신사옥 추진은 대표적 사회경영의 모습을 읽을 수 있으며, 시대에 맞는 행동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.